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수료)
1. 이민자의 관계성
우리는 누구나 만남 속에서 살아갑니다. 태어나면서 부모와 가정의 만남은 인생의 시작입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은 사회화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지요. 장성하여 사회에 들어오면 수많은 만남을 이어가며 살아갑니다. 이민자들의 관계성은 중층적입니다. 이민자는 모국을 떠나 온 사람들입니다. 모국과 이주국, 두 개의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관계를 형성하지요. 브라질의 한인 이민자들의 관계성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는 가족 관계입니다. 이민자들에게 가족은 우주입니다. 뜻을 같이하며 함께 살아가는 경제 공동체, 운명 공동체입니다. 둘째는 한인 사회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브라질에 사는 한인은 성별, 세대, 직업과 관계없이 한인 사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셋째는 우리는 브라질 사람과 사회와 만남의 관계 속에 살아갑니다. 한인은 한인의 특징을 드러내며 한국의 문화와 브라질의 문화의 교차 지점에 살아가지요. 가족, 한인사회, 브라질사회 이 세 개의 관계는 브라질 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2. 문화접변의 개념
문화와 문화가 만나서 형성되는 정체성을 문화접변(acculturation, 文化接變)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두 개 이상의 문화가 만나서 변하는 것입니다.. 다른 문화이던 비슷한 문화이던 같은 문화이던, 문화를 지닌 서로 다른 주체의 접촉으로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문화적응’, ‘문화변용’, ‘사회화’라고도 합니다 미국 퀸즈 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존 베리(John Berry)는 그의 논문 「문화접변의 개념적 접근」 (2003)은 ‘동화’(同和), ‘분리’(分離), ‘통합’(統合), 그리고 ‘주변화’(周邊花)의 개념을 사용하여 문화의 만남과 접촉이 양태 하는 정체성을 분석했습니다.
첫째, ‘동화’(assimilation)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화 유지는 낮고 외부로부터의 문화 수용은 높은 경우입니다. 브라질 한인의 경우 한국 정체성은 낮지만 브라질 문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둘째, ‘분리’(separation)는 자기문화 정체성은 강하지만 외부문화에 이질감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한국만 좋고 브라질은 나쁘다는 이분법의 유형입니다. 셋째, ‘통합’(integration)은 자기문화 유지하려는 의지도 강하고 현지문화에도 열린 태도입니다. 한국인임을 잊지 않으면서 브라질 사회에도 깊숙하게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넷째, ‘주변화’(marginalization)는 자기문화도 유지하지 못하고 외부문화도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한국 사람도 브라질 사람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자기문화유지 |
높음 |
외부문화수용 |
낮음 |
높음 |
낮음 |
분리 (sepa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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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integration) |
주변화 (marginalization) |
동화 (assimi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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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대별 문화접변 문화접변을 브라질 한인의 세대별로 적용해보면, 먼저 1세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강한 한국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문화 수용 정도에 따라서 ‘분리’와 ‘통합’의 단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2세는 아무래도 부모세대의 민족적 정체성이 흐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브라질 문화의 수용정도에 따라 ‘주변화’ 혹은 ‘동화’단계를 생각 해 볼 수 있습니다. 1.5세는 좀 복잡합니다. 한국문화와 브라질 문화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동화’, ‘분리’, ‘통합’, ‘주변화’ 모두 속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물론 이 네가지 범주의 경계가 명확하기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가치판단의 기준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이민자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는 ‘분리’보다는 ‘통합’이 ‘주변화’보다는 ‘동화’가 긍정적인 요소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브라질 한인이 한국문화와 브라질문화에 대해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