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심령주의(Espiritismo)
2026/09/04 03:1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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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집에서 1분도 안되는 거리에 빛과 사랑(Luz e Amor)라는 2층짜리 예쁜 건물이 있다. 도시의 중심에 있고 화려하고 격조 있는 조명으로 하루 종일 사람을 끌어 들인다. 어떤 날 아침은 단정한 복장을 한 여성들이 손에 악보를 들고 모여 든다. 어떤 날 밤에는 갈라쇼의 화려하게 차려 입은 커플들이 공연을 보러온다. 오며 가며 항상 보는 것은 클래식 악기를 든 청년들이다. 바이올린에서부터 튜바까지 브라질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안에 들어가서 확인 해 볼 방법은 없으나 비틀즈 음악, 오케스트라 연주, 오페라와 같은 문화 예술 공연을 제공하는 곳인 것 같다. 옆에 붙어있는 내년이면 80년이 되는 마링가 감리교회(Igreja Metodista em Maringá)와 경쟁이라도 하듯 교육, 문화, 자선 사업과 같은 다채로운 이벤트들이 일년 내내 계속 된다. 

 심령주의(Espiritismo)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센터다. 알란 카르덱(Allan Kardec) 이 프랑스에서 시작한 이 종파는 1865년 브라질 바이아 주에 처음으로 들어왔고 제국시절 후반과 공화국 시기를 거치면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성장했다. 가톨릭 문화와 대적하지 않으면서 출판, 보육, 병원을 통해 확장했다. 2022년 통계를 보면 약 320만명의 심령주의자들이 있으며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다. 지역적으로 보면 동남부가 가장 많고 특히 고이아스 주의 파우멜로(Palmelo)시의 43%가 추종자들이다. 고학력도 특징인데 50%가 고등교육를 이수했고, 60% 이상이 여성, 64%가 백인이다. 브라질 전역에 12,000개 정도 관련 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에서 치코 사비에르 (Chico Xavier)가 대표적인 교주였다. 1910년 미나스제라이스 출생인 그는 450권의 책을 저술했고 5천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사회적,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브라질을 세계적인 심령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이들은 윤회, 영혼과의 교감, 도덕적 진보를 가르친다. 육체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며 살아있는 자들은 영매(Médium)을 통해서 죽은 자들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특히 매개자인 영매가 중요한데 영혼의 존재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사람으로서 영적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다리 역할을 한다. 브라질 사람들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아프리카 종교인 움반다(Umbanda), 칸돔블레(Camdomblé)가 영매를 따르는 공통점이 있으니 궁합이 맞는다. 

 심령주의가 중산층과 지식층에게 접근 할 수 있는 이유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고 예수님의 도덕적 가르침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배격하지 않으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안내자이자 모델로 삼고 창시자인 앨런 카르덱의 교리를 덧입힌다. 특히 19세기에 창립된 브라질 심령주의 연맹(FEB)는 기독교 영성주의(Espiritismo Cristão)이라는 운동을 시작했고 집집마다 가정의 복음(Evangelho no Lar)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했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육체적인 부활을 부인하면서 도덕적 진보를 가르쳤다. 심령주의는 영적으로 계속 진화하면 환생을 한다고 믿는다. 영령과의 소통을 추구하고 흐르는 물(Água Fluidificda)를 사용한다. 이 물을 통해 신도들은 신체와 정신의 균형, 몸과 감정의 치료, 약의 효과 극대화, 영적전쟁에서 조화, 착한 영의 도움을 받는 매개체, 에너지 회복을 받는다. 

 심령주의자들은 신부의 권위가 약해진 가톨릭 신자들에게 먼저 침투했고 이제는 목사에게 틈이 보이는 브라질 복음주의 교회를 파고 든다. 복음주의에서 믿고 따르는 예수님의 최종적 귄위와 자리에 알란 카르덱과 치코 사비에르가, 영험한 물과 문화 예술 공연으로 대체되고 있다. 반지성의 설교와 성경 한번 읽으라고 가르치지 않는 강단, 세상의 문화에 한참 뒤쳐지는 목회 플랫폼은 언제든지 심령주의의 타겟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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