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입춘(3일)이 지나고 우수(18일)와 경칩(3월 5일)이 코앞입니다. 음력으로 따지면 오는 12일이 정월대보름이고 우수와 경칩으로 봄을 재촉하며 마침 경칩(驚蟄) 날이 재의 수요일로 사순절이 시작됨을 알립니다. 3월 9일이 사순절 첫째주일인 것입니다.
정월 대보름과 우수 경칩, 카니발로 이어지고
재의 수요일과 사순절 전에 마지막 축제를 대대적으로 펼치는 것이 카니발(Carnival,3월 4일)입니다. 동서양이 봄을 맞이하는 절기, 고난의 절기인 사순절을 맞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축제를 하고 그리고 서양인들의 주식인 고기도 절식하고 생선을 먹으면서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자는 오랜 전통인 것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중에는 이 축제의 이름을 빌린 인기 있는 모델이 카니발이기도 합니다.
유권사님,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한국에 살 때는 입춘이 되면 웬만한 집에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글씨를 써서 대문에 붙이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봄이 왔다는 의미의 입춘(入春)을 써야하는데 ‘立春’으로 쓰고 있습니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양력 2월 4일 경에 있는 절기로 겨울의 큰 추위 대한(大寒)과 얼음이 아니라 비가 온다는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늘 것은 곧 농사가 시작된다는 의미인데 농경문화에서 축하할 일이고 봄이 오는 축제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문과 벽, 문지방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입춘서(立春書)를 써 붙이며 봄맞이를 했습니다. 금년에는 2월 3일 입춘, 12일 정월 대보름, 18일 우수, 3월 5일 경칩이며 재의 수요일, 9일 사순절 첫째주일입니다. 3월 4일 카니발을 기점으로 사순절 다섯 주간과 마지막 고난주간을 지나면 4월 20일 부활주일을 맞게 됩니다.
유권사님, 동양에서는 입춘을 기점으로 24절기가 시작되어 농경문화를 이끌었고, 서양에서는 카니발을 기점으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교회력을 정착시켰습니다.
부활주일은 춘분 후 첫 만월 후 첫 주일
“부활절은 춘분(3월 20일) 후 첫 만월(4월 12일) 다음에 오는 주일(20일) 또는 유대력 1월 15일(무교절) 후 첫 안식일 이튿날 일요일”로 정해서 양력과 음력이 혼합된 기준으로 정한 날입니다. 동양에서는 농경문화 중심으로 24절기를 정하고 그 첫 절기를 입춘으로 정했으며, 서양에서는 부활절을 중심으로 교회력이 정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교회들은 지금 1월 6일 주현절(主顯節, Epiphany 주님이 나타난 날)부터 3월 초 산상변모주일까지 주현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현절(1월 6일), 카니발(3월 4일), 재의 수요일(3월 5일) 그리고 사순절 3월 9일- 4월 6일, 4월 13일 종려주일과 고난주간, 4월 18일 성금요일, 4월 20일 부활주일까지의 경건의 숨 가쁜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유권사님, 봄맞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의 동양전통 위에, 주현절과 사순절의 경건 대장정의 순례길을 걸어, 부활의 주님을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