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윌리엄 맥켄지 선교사 기념사업을 준비하며
2023/11/17 03:32 입력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미투데이로 기사전송 다음요즘으로 기사전송

최목사사진-260x407.jpeg

최병필 목사(핼리팩스한인교회 담임)


 금번 윌리엄 맥켄지 선교사 기념사업은 캐나다 한인 이민교회 뿐 아니라 한국 선교역사에도 중요한 업적으로 남을 뜻 깊은 사업입니다. 130년 전 ‘은둔의 나라, 조선’(그리피스)을 읽고 미지의 땅 조선에 복음을 전하며 한 알의 밀알이 된 맥켄지 선교사님은 캐나다 이민교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인물입니다. 짧은 사역 후 맞은 그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작은 불꽃 하나가 어떻게 캐나다 교회 전체를 복음의 열정으로 타오르게 하는 큰 불이 되었는지 교회사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봅니다. 만일 맥켄지 선교사님이 소래에서 더 오랜 세월 선교사역을 했다면, 캐나다 교단이 그토록 조선선교에 헌신적으로 동참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처럼 캐나다 조선선교 역사에 모판과도 같은 맥켄지 선교사님을 안타깝게도 한국교회와 캐나다 한인이민교회들이 제대로 기념하지 못했습니다. 맥켄지의 고향 케이프 브레튼에 사촌 증손녀가 백발이 되어 생존해 계십니다. 얼마전 그분께 ‘우리 캐나다 한인교회들이 진작 선교사님을 기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고 말씀 드린 적 있습니다. 그때 그분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니 염려마세요’라고 답해 주셨습니다. 금번 기념사업이 아주 늦은 것은 아니어서 감사한 일입니다.

 맥캔지 선교사 기념사업에서 저희 핼리팩스한인교회의 역할은 운명처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맥켄지 선교사님이 이곳 핼리팩스를 떠나 조선으로 향하셨던 때가 1893년 10월입니다. 정확히 100년 후 1993년 7월, 그분이 졸업하셨던 신학교 체플룸에서 최초 한인교회가 탄생합니다. 그곳이 저희 핼리팩스한인교회입니다. 금년은 맥켄지 선교사 한국파송 130주년이자 저희 교회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2년 전 저희 교회가 속한 해외한인장로회 캐나다 동노회 선교부에서 맥켄지 선교사 기념사업을 제안해 주었고 함께 동참하며 진행해 왔는데, 이렇게 뜻 깊은 해에 결실을 보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사업은 논의 끝에 기념사업은 선교부, 비전펠로우쉽, 핼리팩스한인교회, 이렇게 세 트랙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저희의 역할은 아무래도 핼리팩스가 현장이다보니 많은 실무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선교사님의 고향 가족묘지에 가묘로 비석을 세우는 일, 교회 입구에 선교사님과 선교관을 알리는 동판 세우는 일, 그리고 교회 내에 선교관을 마련하는 일 등입니다. 비석과 동판 제작, 선교관 전시 자료 제작에 들어가는 예산은 선교부와 노회 그리고 후원에 참여한 교회와 기관 및 개인들의 헌금으로 채워졌습니다. 저희 교회는 선교관을 리모델링에 헌신했습니다. 이 일을 올 초에 당회와 교우들 모두 창립 30주년 기념 주요행사로 설정하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특별히 선교관 마련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이 위대한 선교적 유산을 저희 교회 내에 마련한다는 것은 저희 교회에 형언할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교육관 2층을 리모델링하고, 무엇보다 선교관을 박물관처럼 리모델링하는 일은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전부 교인들이 손수 참여해 진행했습니다. 매 주일 예배 후 오후가 되면 15-20여명의 장정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마루를 깔고 벽을 부수고 페인트를 칠하며 교회를 단장했습니다. 부엌에서는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저녁식사를 마련해 주시며 그렇게 3달 정도를 작업해 왔습니다. 많은 성도가 마음과 물질로 동참했습니다. 예배 때마다 선교관을 통해 이곳 성도들과 자라나는 젊은 영혼들이 선교사님의 ‘한 알의 밀알 정신’을 계승하고 닮아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맥켄지 선교관(McKenzie Hall)이 저희들 만의 유산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보존하고 기리며 이곳을 찾는 이민교회 모든 성도가 함께 감동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정신을 잊지 않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우리 각자가 개인적인 열망을 안고 이민왔을테지만, 그리스도인으로써 캐나다에 와 있다면, 아주 오래전 맥켄지 선교사님의 따뜻한 섬김에 빚진 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현지 캐나다교단과도 소통하며 선교관 건립을 알렸고,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그들 역시 이곳을 방문해 자신들의 믿음의 선배인 맥켄지 선교사님의 고귀한 헌신을 잊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ammicj@hanmail.net
"남미복음신문" 브라질 유일 한인 기독교 신문(nammicj.net) - copyright ⓒ 남미복음신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