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장인 정신이 없다면 음식의 고유한 맛을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에 관한 장인의 호칭은 다양하다. 김치 명인, 장의 명인, 향토음식의 명인 등...... 이 호칭을 들은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장인으로 등극한 건 결코 아닐 것이다. 다년간 연구하고 실패도 하고 그로 인해 낙담을 하면서도 끝내 장인의 경지에 이른 것일 게다. 지금 나는 이 고된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음식을 만드는 일로 장인이 될 일도 아니고 이 나이에 식당을 차려 노후를 책임질 일도 아니건만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일이 있으니,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운영하는 식당이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견디는 수고는 우리 전통음식을 현지인에게 알린다는 일종의 홍보의식이 약간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 한 주간을 남겨 놓고 버티는 나의 의지야 말로 장인의 경지에 등극한 자세다.
국제학교 교사시절 국제 박람회에 선을 보인 음식 솜씨로 선뜻 주최 측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우리의 전통 음식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일단은 우리의 음식을 알리는 홍보보다 음식으로 돈을 버는 일이 더 앞서게 되니..... 한 주간이 지나고 진퇴양난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전통음식의 타이틀을 내건 우리 부스와 달리, 내용이 다른 음식을 파는 부스는 브라질인과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음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다. 수입을 떠나 자존심의 문제가 맞닥뜨리게 되니 우리의 고유 음식을 전하는 입장으로 만족하자고 마음을 바꾸는 일로 끝맺음을 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아있다.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선을 보이려고 부침개도 만들고 군만두도 만들고 심지어 아침 간식으로 적당한 샌드위치까지 선보이니 제법 우리 부스에도 줄이 길어진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로 결론을 내리고 짧은 기간이나마 우리의 음식을 찾는 이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의 진가를 알려 주는 초심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발음도 힘든 잡채를 찾고 비빔밥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며 음식의 양이 늘어나니 고된 일이 더 고되다. 거기에다 느끼한 음식을 잡아주는 김치를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 보니 음식 종류가 더 많아져 이 역시 고된 일을 추가한다. 자주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맞이하는 인정도 남다르다. 무언가를 더 주고서야 내 할 일을 한 것 같다. 하루에 일과가 끝이 아니고 내일을 위한 준비에 또 한 번 다리에 힘이 풀린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나를 위로해도 몸이 고단한 건 어쩔 수 없다. 전통 음식이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맛도 남다름을 현지인이 알아가길 바랄 뿐이다. 고추장을 넣고 그릇 바닥이 뚫어져라 섞어 비비며 야무지게 비빔밥을 먹는 브라질 소녀와 음식을 마주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손님이 있어 감동으로 마무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