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내가 존재하고 있기에 살아가는 것인지 살고 있으니 내가 존재하는 것인지......

 이 말 저 말이 다 같은 것 같지만 어느 곳에 더 큰 의미를 주는 가에 따라서 내용의 해석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존재 가치가 얼마인가를 굳이 따지고 재면서 사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내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아,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하며 스스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비하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인데요, 나의 존재 가치는 내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결정된 것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가야 존재의 완성이 될까? 를 곱씹으며 살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성공을 한다 거나 어떤 일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인내심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내심은 결국 나를 시험하는 일종의 심리적 테스트의 요소일 수도 있지만 반면에 나의 의지와 선택을 바르게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지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작은 일 하나에도 인내심이 동반되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1분 혹은 30초를 기다리기가 아주 귀찮을 정도로 은근 짜증이 날 때가 있지요. 전자렌지에 2분 30초를 데우라는 표시의 제품을 지키는데 마지막 30초가 너무 길고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면 팔팔 끓기 전에 그만 불을 끄고 싶고 비디오를 보다가 버퍼링이 심하면 기다리기 싫어 얼른 다른 채널로 돌립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기다려 주는 것 같지만 사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5초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같이 통성으로 2분간 기도합시다..... 2분을 꽉 채우신 적이 있으신지요?

 모두가 다 알만한 인내심 테스트에 관한 얘기인데요, 열 살 정도의 여자아이 두 명에게 맛있는 빵 한 개를 담은 그릇을 방에 놓아두고 10분 동안 기다렸다가 빵을 먹으라고 하면서 만약에 약속대로 10분 후에 먹으면 빵 한 개를 더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한 아이는 끝까지 10분을 기다렸다가 빵 하나를 더 획득했고 참지 못한 다른 아이는 빵을 한 개 밖에 못 먹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내심을 발휘해 보상을 받은 학생의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소수의 생각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인내심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빵 하나로 만족하면 될 일이기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소수의 판단도 존중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인내에 관한 얘기라면 여러가지 글에서 접할 수 있겠지만 이희성 씨의 소설에 나오는 ‘다듬이질하는 여인’에는 인내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참 많습니다.  

 옷이 채 마르기 전에 꾸덕꾸덕한 옷을 잘 접고 밟아서 다듬잇돌에 올려 다듬이 방망이로 옷을 반듯하게 펴는 다듬이질, 그 소리는 단지 행위를 나타내는 소리로 여기지 않고 여인의 한이 스며 나오는 소리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듣는 이에게는 나름 고향의 정취와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의 소리라고도 했습니다. 옷이 곱게 펴질 때까지 수백 번 두드려야 했을 다듬이질, 그 인내의 노고를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저 기다리기 싫은 조바심으로 현대인의 삶은 여유가 없지요. 신호등의 기다림도 뻥지뇨를 아침마다 사면서 줄을 서야 하는 기다림도.... 유튜브의 강의도 10분을 넘으면 강의 내용과 상관없이 시청하기를 지루해 합니다. 결국 인내심은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호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겠다는 노력보다는 참아지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