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등대
2022/10/06 21: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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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니 감당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 주어진다고 해도 역설이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갓 태어난 갓난 아기가 무슨 역할이 있냐고 한다면 이렇게 토를 달아 이해해 본다. 아기는 자신이 살아 갈 생존을 위해 양육자를 훈련시킨다. 다시 말해 아기를 기르는 양육자(부모)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숙지해야만 아기의 불편을 해소해 줄 수 있다. 배가 고프거나 아프거나 깔끔하지 못한 기저귀의 상태...... 엄마는 자식을 기르면서 엄마의 역할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엄마라는 확실한 자리에 입문하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해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자가 된다면 아니, 능력자의 기준을 세우지 않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잘 감당해 살 수 있다면 어쨌든 부모의 역할은 어느 정도 수행했다고 하겠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이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고 한다면 무생물은 어떨까?

 나는 정연복 시인의 <등대>라는 시에서 역할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등대  ---정연복---

 작아도 빛나는 등대 하나에 기대어 어둠에 잠긴 끝없이 너른 바다에서도

 돛단배는 길을 잃지 않는다. 말없이 등을 대주는 고마운 사람 하나 있어 슬픔이 밀물지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깜빡이는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다.

 일년 사시사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서 있는 등대의 한줄기 불빛 있어

 달빛도 없는 깜깜한 망망대해에서도 작은 배는 용케도 길을 찾아간다.

 세상살이가 고해(苦海)를 건너는 일이라 하여도 등대 같은 사람 하나

 내 곁에 있으면 큰 어려움이 닥치고 슬픔과 절망이 찾아와도 삶의 희망과 용기를 끝내 지켜갈 수 있다.

 등대는 사람이 만든 물건(건물)에 지나지 않으나 그 역할은 대단하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으면 주위의 질서가 파괴되고 무너진다. 뿐만 아니라 배의 파손을 생각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삶에 균열은 활력을 잃게 된다.  

 음식은 어떨까 ? 

 음식의 완성은 감칠맛을 내는 양념과 향에 있다고 한다. 마지막 정점을 찍는 이것으로 음식의 모든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심 재료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것이 각자의 역할이다. 누구는 주 재료가 되고 누구는 양념과 향이 된다. 이것의 조화가 아름다운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일까? 망망대해에 말없이 우뚝 서있는 등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불빛보다 더 찬란히 빛나고 있을 등대, 육지에서 보면 보잘 것 없는 물건 같지만 해상에서 보면 든든한 스승과 같은 등대.

 오늘도 살아 숨 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는 등대와 같은 사람이 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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