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 산책)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2020/06/12 12:4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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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미국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하는 소설들이 몇 권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 중에 넬 하퍼 리가 쓴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넬 하퍼 리(Nelle Harper Lee)는 이 한 권의 소설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됩니다. 이 작품은 반세기가 넘도록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4천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입니다.

 소설에는 초등학생 스카웃, 흑인과 백인 사이의 사건에서 흑인을 옹호하는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 스카웃의 오빠 젬 핀치, 그리고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부 래들리 가 등장합니다. 작품은 성장 소설로 스카웃이 여섯 살 때부터 여덟 살에 이르는 3년 동안의 일입니다.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는 백인 여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던 흑인을 변론합니다. 남부 도시답게 대부분 시민은 무조건 흑인을 멸시합니다.

 소설의 무대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메이컴입니다. 시간적 배경은 대공황 시절 3년입니다. 전반부는 성장 소설의 특징을 갖습니다. 평화롭고 다정한 시골 마을의 모습입니다. 집에 불이 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불을 꺼 줍니다. 당시 남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훈훈한 도시지만, 흑백 갈등은 첨예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소설 속 화자는 여섯 살짜리 스카웃 핀치로, 그녀는 오빠인 젬과 중년의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젬과 스카웃은 딜(Dill)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와 친구가 되는데, 그 아이는 여름을 맞아 자신의 아주머니 집에서 머물려고 메이콤을 방문하였습니다.

 세 아이는 그들의 이웃이며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부” 래들리(“Boo” Radley)를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해합니다. 이를테면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사는지 등등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메이콤의 어른들은 부(Boo)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리고 수년 동안 그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에 관한 소문에 귀를 기울이면서 각자 상상력을 발휘하여 부 래들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딜(Dill)과 함께 두 번의 여름을 보낸 뒤, 스카웃과 젬은 누군가가 부 래들리 집 나무의 바깥쪽 구멍 안에다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을 넣어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부 래들 리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되풀이되는 모습을 통해서 부 래들리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을 위한 국선 변호사로 임명됩니다. 톰 로빈슨은 젊은 백인 여자 메옐라 이웰을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메이컴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애티커스변호사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톰 로빈슨을 최대한 변호합니다.

 애티커스의 변호활동에 대한 주변 반응은 냉정합니다. 지역 분위기를 아는 아이들도 애티커스 자녀 젬과 스카웃을 조롱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은 애티커스 변호사를 “깜둥이 애인(nigger-lover)”이라 놀립니다. 남자 어른들이 떼로 몰려 톰을 때리려는 것을 애티커스 변호사가 막습니다. 이때 스카웃, 젬, 딜이 애티커스를 보호하려고 상황에 개입하고, 폭도 중 한 사람을 스카웃이 알아보자 폭도는 해산합니다.

 톰 로빈슨 재판의 방청이 허락되지 않자 스카웃과 젬과 딜은 몰래 유색 전용석에 앉아서 재판을 지켜봅니다. 재판에서 애티커스 변호사는 고소인인 메옐라와 술주정뱅이인 그녀의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또 재판과정에서 친구가 없는 메옐라가 톰에게 성적으로 접근했고, 그러자 그것을 본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붙잡았다는 것 또한 밝힙니다. 이처럼 톰의 무죄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합니다. 배심원의 판단에 절망한 톰이 감옥에서 탈출하려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애티커스 변호사와 아이들은 진리가 이긴다는 신념에서 흔들립니다.

 재판에서 이겼지만, 재판과정에서 창피를 당한 밥 이웰은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는 판사의 사택에 침입을 시도하고, 톰 로빈슨의 아내를 협박하려 했습니다. 결국, 그는 학교 할로윈 축제를 즐기다가 행렬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던 젬과 스카웃을 공격합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당한 젬과 스카웃은 강력하게 저항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젬의 팔이 부러지지만, 이 혼란의 와중에서 부 래들 리가 등장하여 아이들을 구합니다.

 메이컴의 보안관이 현장에 도착하고 밥 이웰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싸우는 중에 죽은 상태였습니다. 보안관은 밥의 죽음에 대해 젬과 부 래들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놓고 애티커스와 논의합니다. 애티커스는 결국 밥 이웰이 자신의 칼 위에 단순히 엎어졌다는 보안관의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부는 스카웃에게 그의 집으로 걸어가자고 하고, 그녀가 그의 집 현관에서 안녕히 가라는 인사를 말한 후에, 집 안으로 다시 사라집니다. 래들리 집의 현관에 서 있는 동안, 스카웃은 부의 입장에서 부의 삶을 상상해보고, 자신과 젬이 그가 자기 남매에게 준 선물에 대해 보답하지 못한 것을 미안한 맘을 갖습니다.

 이상의 줄거리를 가진 “앵무새 죽이기”는 흑백 갈등을 다룹니다. 20세기 중반 보수적인 미국 남부에서 인종갈등을 극복하는 어른들과 그들을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제목에서 앵무새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 무고한 사람 즉 부 래들리나 흑인 톰 로빈슨 같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앵무새“를 죽입니다.

 현재 미국은 죽은 ‘앵무새’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경찰과 법이, 때로는 군중과 폭도가 무고한 “앵무새”를 죽입니다. 서로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격체로 이해하는 것이 오늘의 갈등을 푸는 열쇠입니다. 무고한 시민을 죽게 한 경찰도 무고한 시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사람들도 앵무새를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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