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자서전 쓰기 열두 가지 원리
2020/06/04 21: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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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목사(풀러신대원 객원교수)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매우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글자를 사용하여 자기의 생각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새들도 소들도 그들 나름의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러나 그 의견을 글자로 남기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게다가 사람만이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다.
 쉬운 말로 자기가 누구인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것들이 자기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기초적 여건이 된다. 게다가, 지금이 바로 자서전을 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집콕’생활이라 시간이 많다. 무서운 질병의 맹공격을 받고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 죽음 앞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유언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것도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된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더 순수해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자서전을 쓰는 일에는 많은 책을 참고하거나 밤잠을 못자면서 연구에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된다. 자본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종이와 연필 혹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과정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면서도 동시에 평생토록 글을 써도 미흡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여기 실비치문예반에서 지도했던 내용을 열 가지로 정리하여 함께 나눈다. 미주중앙일보에도 최근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1. 자서전(自敍傳, autobiography)이란 자기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일생의 뜻 깊은 경험, 느낌, 생각, 업적, 환경, 인간관계,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시대적인 상황들을 질서 있게 정리해 놓은 글이다. 쉽게, 이력서를 문예적인 글로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일정한 인생관(人生觀, worldview) 혹은 가치체계(價値體系, value system)에 기초하여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기록하면 읽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선물하게 된다.
 2. 자서전과 비슷한 종류의 저술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전기(傳記, biography), 2) 회고록(回顧錄, memoir, 혹은 회상록), 3) 일대기(一代記,chronicles), 4) 신앙간증집(testimony), 5) 자전적 소설(autobiographical fiction) 등이 있다. 전기, 일대기, 평전(評傳, critical biography) 등은 다른 사람이 객관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쓴 것으로 ‘타서전적 기록’이다.
 3. 글로만 쓰지 않고 사진첩과 그 해설을 담아서 ‘화보로 엮은 000의 일대기’로도 출판할 수 있고, 자서전에 사진자료를 첨가하는 것도 더 좋은 자서전으로 ‘작품화하는 길’이다. 장례식 순서에 ‘영상으로 보는 고인의 삶’ 같은 것도 자서전에 해당된다.
 4. 자서전을 쓰기 위하여 준비해야 할 것은 우선 자세한 이력서를 기록하는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기록해 두어야 할 사실들을 발굴해서 정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우선순위별로 기록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컴퓨터나 손바닥 정도 카드에 기록해서 카드박스 안에 정리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자서전은 개인의 역사(歷史, 밟아온 길, history)이기 때문에 역사 기록하는 방법에도 상식 수준의 지식을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자신의 기분을 앞세워 주관적으로만 쓰지 말고 확인된 객관적 사실들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다른 관계된 사람들에게 증오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거나 명예훼손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6. 자서전은 시대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그 때의 시대상황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탐구해야 한다. 가령 일제 강점기를 거쳐 왔다면 그 때의 정확한 사실, 육이오 때 피난을 왔다면 그 때에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상황, 미국 이민을 왔다면 그 시절의 한국과 미국의 여러 사정 등에 대하여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와이드 앵글’(wide angle)에서 자신의 삶을 조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7. 자서전을 쓰려면 자서전 쓰기에 대한 참고서나 다른 사람의 자서전들을 몇 가지 읽어야 한다. Google(구글)이나 유튜브(YouTube)나 백과사전 등을 검색하면 더 좋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8. 자서전은 자신을 발견하고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쓰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도 있어야 한다. 독자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게 하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또 독자란 현대인만 아니라 후대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9. 따라서 자서전에 들어갈 내용, 강조될 내용은 첫째로 본인에게 뜻 깊은 내용, 둘째로 다른 사람 곧 읽는 이들에게 어떤 감동이나 유익을 줄 수 있는 것들, 셋째로 역사의 기록이라야 한다. 그것을 위하여 한글로 쓰거나 영어로 쓸 수도 있고, 혹은 각 장마다 한국말이나 영어로 요약(summary)을 붙여도 된다.
 10. 자서전은 5백 권이나 1천권을 출판할 수도 있고, 혹은 열권이나 50권, 100권정도 만들어 자녀나 친인척 동료들에게 남길 수도 있고, 혹은 전자책으로도 보존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자서전은 판매할 수도 있다. 영국의 유명한 윈스턴 처칠 수상은 <세계제2차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11. 자서전의 구성은 기승전결(起承轉結) 곧 발단, 전개, 갈등, 절정/반전/파국, 대단원의 구성법을 각 사건별, 그리고 전체적 구성으로 활용한다.
 12. 일단 초안을 작성한 뒤에 여러 번 퇴고(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치며 몇 사람에게 읽혀 의견을 듣고 또 수정 보완한다. 무슨 일에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자서전도 마찬가지이다. 쓰기 전, 쓰면서, 다 쓴 뒤에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일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글 쓰는 실력이 전혀 없으면 음성이야기로 녹음해서 글 쓰는 사람에게 맡겨 정리할 수도 있다.
 “뭐, 나 같이 시원치 않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에게 무슨 자서전을 쓸 게 있겠느냐”하는 것은 겸손은 좋으나 사실과는 다르다.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꺼리’가 얼마든지 많다. 평소에 대화를 해 보면 대부분 ‘자기 이야기’인 것을 누구나 안다. 설혹 친구 흉보는 일에 바쁜 사람도 그게 곧 자서전의 한 부분인 자기 이야기일 뿐이다. “남의 흉만 보다가 세월 다 보냈다네” 그런 말로 요약되지 않는가.
 <이정근 목사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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