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년 뿐이었지만 유학생활은 정말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2014년 당시만해도 지금보단 당돌했던터라 모든 것을 직접 부딪혀 경험하고 싶어 가능하면 누구에게든 손을 벌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짐을 싸들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물어 물어 전철을 타고 한국인들이 많이 밀집해 산다는 Gardena라는 곳에 도착, 한 작은 모텔방을 흥정, 한달을 그 곳에 머물며 미국 인터넷 시장인 CraigList를 통해 개학하기 전 학원 근방 숙소, 또 차는 형펀이 안되니 중고 자전거를 알아보았다. 처음엔 순조롭게 되어가는 듯 하였다. 숙소도 학원에서 약 2Km 정도인데 러시아인들과 방을 나눠쓰는 아파트였고, 자전거도 접이식으로 아파트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당시 내 건강은 날로 악화되어 갔다. 당뇨는 물론이고 돈 아끼겠다고 너무 영양가없이 먹다보니 영양실조까지 온데다 눈은 백내장에 고혈압까지 심해져 어쩔 수없이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은 우선 혈압약부터 처방해 주신 뒤, 유학생이라니 셈플 인슐린을 엄청 챙겨주셨다. 하지만 몸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당은 조절되는가 싶었는데 이상하게 밤에 눕기만 하면 기침이 나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3개월을 고생하고 나니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목은 다 쉬어 학원에서도 도저히 녹음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원을 찾아 의사 선생님을 뵙는데, 이 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진작에 오지. 그거 혈압약 부작용인데.. 바꿔줄께..”이러시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바꿔주신 혈압약을 챙겨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설움에 눈물이 쏟아져 버렸다. 그게 혈압약 때문인 걸 모르고 3개월이나 병원비가 아까워 참고 지냈다니..
 그리곤 숙소로 돌어와 혼자 어두운 방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생각나는 분들이 있었다. 바로 교회 어르신들이었다. 홀로 사시며 오로지 교회에 나오셔서 찬송하고 예배드리는 것이 낙이셨던 우리 어르신들.. 나만 보면 활짝 웃으시며 내 손을 잡고 놓치를 못하시던 어르신들. 갑자기 그 분들의 외로움이 내 가슴을 깊이 파고 들어와 꽂혀버리고 말았다. 그 날 밤 얼마나 많이 기도하며 울었는지..
 지금 현재는 어느 교회를 가던 어르신들을 뵙는 것이 가장 기쁘다. 그 분들이 반겨주시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무 것도 해드리진 못하지만 잠시라도 그 분들이 찾으시면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곤 늘 확신하는 것이 있다. 저 분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무엇이 참 소중한지를 아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을 깨우쳐주신 하나님께 또 다시 감사한다.
 우린 늘 무언가를 경험하면서 그제야 참 소중함을 깨닫는다. 철없을 땐 별 것 아니라 생각하고 대단하지 않다 했던 것들을 힘든 시간들을 지나고 나서야 귀한 줄 아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함께 사역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는데 그 중 한 집사님이 이런 고백을 하신다. “작년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이 똑같은 본문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 때는 여기서 말씀하시는 천국의 소망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 지금처럼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프면 아픈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우리 안에 늘 주님을 모신다면 하나님은 그것들로 우리의 감사의 노래가 되게 하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