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김선영 사모가 아파서 두어 주간동안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병원진료가 여의치 않아서 서민들이 자주 찾는 보건소와 같이 운영하는 무료병원과 일종의 조합병원인 TODOS 진료를 하고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으나 차도가 없었습니다. 왼쪽 귀에서 시작된 발진은 얼굴과 목으로 급하게 확장되어 여드름이 심한 청소년기의 뻘건 얼굴처럼 번져갔습니다.

 아내의 대상포진 발병 일지

 유권사님, 일지처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8월 24일, 귀걸이 한 것이 불편하고 조금 아픈 느낌이 든다며 귀걸이를 빼고 후시딘, 세레스톤지 등 상비약을 발랐으나 나아지는 증상이 없음.

 8월 29일, 길 집사가 약국에서 알레르기 연고, 먹는 약 가져옴. 얼굴로 번지기 시작.

 9월 1일, 한경은 집사와 함께 무료병원진료, 주사 2대를 맞고 치료약 처방받음.

 9월 2일, 도무지 차도가 없고 목까지 확산, 혹시나 대상포진 일수도 있다는 교우의 말을 듣고 급히 병원에 가서 피부과 예약하려니 이틀이나 기다려야 된다하여 통역기를 동원하여 일반진료를 하고 대상포진과 관련된 새로운 연고 처방.

 9월 3일, 김도영 집사, 한호윤 김소연 성도의 조언으로 리메이라 병원을 소개받고 회사 관련 간호사와 동행해서 피부과 진료를 시작함. 알레르기 치료는 별 차도가 없고 대상포진일 수 있다는 의심으로 그곳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 피검사를 하고 피검사 결과가 나오면 처방하기로 하고 기존에 복용하던 모든 약 중단할 것을 지시받음.

 9월 5일 리메이라 피부과병원에서 피검사 결과 대상포진 확정, 새로운 처방전으로 치료시작. 알레르기를 의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정확한 진단이 아닌 추측성 진료와 처방으로 혼란스러운 좌충우돌하면서 결국 대상포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다시 의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의사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격려했습니다.

 9월 11일 피부과 병원진료, 얼굴과 목의 종기와 붉게 물든 피부가 80% 사라진 가운데 재진예약에 따라 갈리 박사(Dra. Adriana Dias Costa Galli)의 진료를 받음.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니어서 사후관리 처방으로 로션과 연고 등 병원진료비보다 훨씬 비싼 약값으로 놀랐지만 이만한 정도로 가라앉았으니 다행. 따갑고 쓰리고 아파서 밤잠을 설치던 아내가 오늘 밤은 곤히 잠들었습니다.

 유권사님, 각 나라마다 의료체계가 다르고 진료비도 제각각입니다. 제가 10년 가까이 외국생활을 하면서 보니 한국처럼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정착한 그런 나라는 거의 없는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든 브라질의 한인교포들 중에는 한국으로 역이민 하는 비율이 엄청 늘어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병원진료비도 엄청 비싸고 현실적이어서 돈이 없으면 힘이 든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난한 사람들은 보건소와 의사들이 당번을 정해 근무하는 무료병원이 그 대안이 되었습니다. 우리처럼 가난한 목회자는 안 아픈 축복을 받아야 합니다. 혹시나 감기나 배탈정도, 모기나 해충에 물렸을 때 치료할 수 있는 상비약 수준을 넘어서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경우 대상포진은 감기나 배탈을 넘어선 수준의 아픔인지라 대처가 늦었습니다.

 주님, 이제 가라앉혀주옵소서

 그런데 유권사님, 이번에 아내가 아파 치료하는 과정을 보면서 온 교우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기회였습니다. 평소에는, 좋을 때는 볼 수 없는 긴박한 관심들이 쏟아져서 오히려 병명을 아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경우 경우마다, 과정 과정을 거쳐 가면서 성도들의 사랑은 너무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내가 아파서 식사준비가 어렵겠다는 교우들의 생각은 너나없이 냉장고를 채워줘서, 평소보다 식탁이 더 풍성해지고, 공동운명체로서의 교회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상포진 덕분에 교우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고 “하나님 더 헌신할게요! 딴 생각 절대 안 하고 교우들만 오롯이 생각하면서 목회에 전념할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 요즘입니다.

 다시 한 번 아내의 귀와 얼굴과 목주변의 엄청난 붉은 반점과 피부 트러블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주님, 이제 가라앉혀주시옵소서. 일상으로 돌아가서 교우들의 걱정을 내려놓게 하시옵소서!”하는 총알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