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에드먼드: 죄에서 풀려나다
그렇다. 악에게 인정받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즉 자기를 꾄 악에게 자발적으로 끌려 다니려 하는 것이 바로 죄의 핵심이다. 죄 중에 잉태되고 태어난 사람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란 최선을 다 하여 죄를 짓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 유일한 방법은 그 상태에서 구출되는 것이다.
피터와 수잔과 루시의 부탁으로, 아슬란은 특수부대를 보내서 에드먼드를 구출해 온다. 그는 형제 자매들과 재회하고, 아슬란 진영에서 친절한 대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얀 마녀가 그를 두고 아슬란과 무엇인가 거래를 하러 온 것이다.
“아슬란, 저기에 배신자가 한 명 있어.”
에드먼드의 배신은 아슬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아슬란이 자신의 군대를 보내서 그를 구출하여 자기 진영에 두었으면, 배신을 당한 사람이 배신을 용서한 것이 되어 ‘배신’ 자체가 무효가 된다. 그러나 하얀 마녀는 에드먼드를 계속해서 ‘배신자’라고 부르면서 무엇인가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당신은 태초에 [바다] 황제께서 나니아에 제정하신 [심오한] 마법을 알고 있겠지. 모든 배신자는 나의 합법적 포로로서 내게 속하며, 죽일 권리도 내게 있다는 것을. (…) 내가 법대로 그의 피를 거두지 않는다면 온 나니아는 뒤집힐 것이며, 불과 물로 멸망하리라는 것도.”
즉, 그녀는 아슬란이 그녀에게서 ‘빼앗아간’ 에드먼드의 피 값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죄에 대한 피는 반드시 흘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니아는 불과 물로 멸망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슬란의 아버님이신 바다황제께서 제정하신 ‘보속의 원리’로, 범죄에 대한 피 흘림이 없는 불의가 발생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이 때, 아슬란은 마녀와 협상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직후, “하얀 마녀는 에드먼드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하고 선언한다. 그런데 마녀가 자기 권리를 포기했다면, 아슬란이 포기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보았듯이, 그것은 에드먼드의 피 대신 자신의 피를 흘리는 것이었다. 에드먼드 대신, 에드먼드가 죽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더욱 심오한 마법’이다. ‘보속의 원리’를 완벽하게 지키면서도, 그 완벽한 준행으로 그것을 대처하는 ‘대속의 원리’이다. 아슬란의 특수부대가 구출한 것으로 다 된 것이 아니다. 자기 대신 누군가가 자기의 죄를 짊어지고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완전히 구원을 받게 된다. 에드먼드를 죽음 같이 강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성경은 이 경이로운 사랑을 ‘은혜’라고 표현한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4)”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 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엡 2:4-5)”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전 15:10)”.
그러나 이렇게 죄에서 풀려난 것은 목적이 있다. 구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은 바로, 자기를 꾀고 자기 멋대로 끌고 다니던 악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 필요한 용기는 완전한 자유로부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