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프로도: 구원의 여정(4)
프로도의 마지막 여정에서 그에게 용기를 주는 인상적인 몇 가지 상황을 살펴보자. 어둠의 땅 모르도르로 가는 길 어느 곳에선가, 그는 한때 장엄했을 왕의 석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거친 손길에 훼손되어 있었다. 머리부분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대충 다듬은 둥근 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얼굴의 이마 한가운데 커다란 붉은 눈 하나가 야만스럽고 조잡한 손길에 의해 새겨져 있었다. (…)
받침대 주위에 함부로 휘갈겨 쓴 글씨가 모르도르의 더러운 종족이 사용하는 역겨운 상징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프로도는 똑바로 비치는 석양빛 속에서 늙은 왕의 머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길가에 굴러다녔다. (…) 눈동자는 텅 비어 있고 조각된 수염은 부서졌으나 높고 준엄한 이마 위에는 금과 은으로 엮은 작은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흰 별모양의 작은 꽃들이 핀 덩굴풀이 마치 죽은 왕에게 경의를 표하듯 이마를 가로질러 뻗었고, 돌로 된 머리카락 틈새에는 노란꿩의비름꽃이 반짝였다.
‘어둠이 영원히 이길 수는 없어!’” (『반지의 제왕』 제 4권 228쪽)
어둠이 위대한 왕의 석상까지도 망가뜨려 놓았을 때, 왕의 석상의 머리는 들풀의 꽃으로 금은 왕관이 다시 씌워졌다. 이것은 다시 왕이 돌아와 악마 사우론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회복할 것이라는 암시이다. 위로는 꼭 사람의 말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인생길에서 만나는 물건이나 상황을 통해서 얻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위로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이를테면, 제자들에게 있어서 부활이 그런 것이었다.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여서 십자가 아래에서 희망을 잃어갈 때,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그들에게 나타나시면서, “평안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하고 인사하셨다. 뿐만 아니라 이 예수님은 영원히 사신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사탄과 어둠의 세력의 패배는 확실하다. 지금, 당장 멸망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파멸은 단지 시간문제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친히 악마와 그 세력을 영원히 물리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모르도르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오르면서 샘은 프로도에게 “옛 이야기와 노래들에 나오는 영웅들”에 대해 말한다. 샘에 의하면, “그들의 갈 길은 이미 그들 앞에 놓여 있었”으며, “발길을 돌릴 기회가 많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발걸음을 돌렸더라면 “우린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들은 그대로 잊혔을 것”이니까. 그들은 “계속 나아가기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프로도는 “참으로 위대한 이야기란 으레 그런 법”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결말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자 샘이 갑자기 무엇인가 깨달은 듯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주인님, 왜 제가 진작 그걸 생각 못했을까요! (…) 생각해 보세요. 우린 결국 [그들과] 같은 이야기 속에 있어요. 그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반지의 제왕』 제 4권 248-249쪽)
우리의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겨워도, 그것은 “그 이야기의 가장 아슬아슬한 대목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더 이상 읽기도 싫을 정도로, 더 이상 책장을 넘기기가 무서울 지경이지만, 결국 그 길을 다 간 후, “역할이 다 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간의 휴식과 잠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