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제 책상 위에는 온갖 의미나 사연 있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좀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제가 그걸 매우 즐기는 편입니다.
책상도 기역자로 각을 둥글게 하고 거기에 맞춰서 책꽂이도 이층으로 책상 전체를 아래층에는 책들을 두고 위층에는 연간목회계획표, 어머니 사진, 2023예전색표, 성경읽기표, 교인들과 찍은 단체사진, 내 책 <올라 브라질에서 편지 왔어요>와 <브라질에 울려 퍼진 아리랑>의 표지 이미지에 아이디어를 준 브라질 새 ‘뚜칸’조각, 그리고 책상을 밝게 하는데 사용하는 두 개의 전등이 있습니다.
책상 주변에 놓인 손때 묻은 살림살이들
유권사님, 그리고 책상 위에는 가운데 노트북을 두고 오른쪽에는 직사각형 큰 모니터를 연결해서 시원하게 쓰고 있습니다.
노트북을 펼쳤을 때 작은 화면 뒤에는 음악을 듣는 장치가 있고 양쪽으로 작은 스피커를 연결해서 잔잔한 소리를 구현합니다만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만물상입니다. 제 아내는 질색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참 다양합니다. 노트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만년필을 충전하는 병 잉크 두 병이 있고 책장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개의 문진이 있습니다.
향나무 나이테문진, 육군사관학교 “네 생명 조국을 위해”라는 둥근 문진, “제82회 동부연회”에서 특별히 제작한 주석문진, 각종 자료를 모아 보관하는 외장형 하드 드라이브, 만년필 넣는 가죽 필통, 부채, 약통, 안경집, 에어컨 리모컨, 스위스 군인들에게 지급한다는 ‘맥가이버 칼’ 등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눈 감고도 훤합니다.
왼편에는 여러 종류의 연필들의 몸체까지 보이는 사발이 있고 오른 쪽에는 큰 병속에 식물을 키우는 ‘정효선 표 식물’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책꽂이에는 예문집, 공과, 예배서, 각종 성경들, 교회주소록, 교인기록카드, 성구사전, 포한사전, 한포사전, 교회력에 따른 각종 설교자료집,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보편지향기도>, 민중서관의 국어대사전, 한국에 간 홍기원박현주 목사 내외가 주고 간 수지 원앙조각, 옥편, 성서공회가 펴낸 <성서속의 동물들>, <성서속의 물건들> 감리교회의 헌법책인 ‘교리와 장정’ 등등이 책상 주변에 찾아보기 쉽게 정돈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서재 안에는 자주 찾아보는 순서대로 멀리 가까이에 빼곡하게 책꽂이가 포진되어 있습니다.
동서양의 각기 다른 표현의 십자가들
그리고 정면과 뒷면 옆면의 삼면 벽에는 각종 십자가들이 걸려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아끼는 십자가는 교회학교 선생님들이 원두커피와 브라질씨앗들로 만든 십자가 벽걸이입니다.
김명원 권사의 문창살 십자가, 다릅나무 원통십자가, 임동수 선교사가 만든 이뻬십자가, 500개 한정판 ‘단청십자가’, 결혼 전 샤워 파티에서 참석자들이 서명해준 ‘불꽃같은 눈동자 십자가’, 브라질소나무를 나이테가 보이게 켜서 120개 한정판으로 만든 ‘보탬공방십자가’, 나뭇가지를 십자로 쌓아올려 만든 트리십자가, 이태리 베네치아에서 구한 명품 ‘색유리십자가’, 동정과 옷고름이 새겨진 두루마기 십자가까지 삼면이 십자가 작은 전시실 같습니다. 옻칠해서 자개를 박아 넣은 귀물 십자가는 신실하게 신앙 생활했던 박노곤 권사의 이임정표로 드렸습니다.
누가 강요하지는 않지만 목회는 모름지기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누는 것이란 말씀을 늘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