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턱을 괸 흑인여인이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어디를 응시하는지는 각자의 해석이지만 그런 브라질 북부의 전통적인 석고상은 매우 흔합니다. 브라질 식당에서도 자주 보게 되고 가정집에서도, 기념품 가게에 가면 크고 작은 조각상을 많이 보게 됩니다. 처음 브라질에 와서는 여인의 조각상과 전선줄에 걸려있는 운동화가 궁금했습니다. 전선에 걸려있는 운동화는 지긋지긋한 객지 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신었던 신발을 벗어 양쪽 신발 끈을 묶어 하늘로 집어던지며 해방이라고 외치면 그 신발은 전선에 대롱대롱 매달려 해방을 응원한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억압된 사회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풍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가하면 창밖을 내다보는 흑인여인상은 질투 혹은 미래의 남편은 누구일까를 생각하는 여인을 상징하는 조각이라고 합니다. 그 조각 이름도 팔꿈치 통증(Dor de Cotovelo)이라고 합니다.
세계문화유산 23개가 브라질에 있다
브라질은 참 큰 나라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1972년에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을 제정 공표한 1,154건 가운데 브라질은 23개가 등재되어 있더군요. 이 협약에, 한국은 1988년에 가입했고 현재 15개(문화유산 13, 자연유산 2) 북한은 2개의는 유물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오루프레투 역사도시를 비롯해서 과라니족의 예수회선교단 시설이 있는 상 미겔(Sao Miguel),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가 융합된 곳인 브라질의 첫 수도였던 살바도르 데 바이아유적, 콩고냐스의 봉 제수스 성역(Sanuary of Bom Jesus do Congonhas), 이만 오천년 전 암벽화로 유명한 카피바라 국립공원, 남동부 대서양림 보호구역, 북동부 마라냥주 상두이스 역사센터, 디스커버리 해안 보호수림 구역, 중앙아마존 보호구역의 볼리비아 파라과이 브라질 접경의 판타나우 보존지역 등등 자료와 화면으로만 보면서 언제 내 발길로 단한번씩이라도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 가는 길
이런 가운데 11월 말 파라과이 한인교회에서 헌신예배 초청을 받고 지도를 들여다보며 남미 지도를 다시 한 번 살피게 되었습니다. 한요덕 박금순 권사가 브라질에 오기 전에 일차로 정착했던 곳이고 아직도 한권사의 큰 아들 가족들과 정석윤 집사의 건물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파라과이 한인교회는 교회와 교회가 운영하던 병원에 대한 사유화 갈등으로 교회분란이 가속화되어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교회였고, 교인들은 다 뿔뿔이 흩어지고 병원은 문을 닫고 그 중심에 섰던 장로는 한국으로 떠나고 섬기다가 상처받은 두 목사는 파라과이와 칠레에서 다시 교회를 섬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명훈 목사, 삼년 전 젊은 목회자 가정이 그곳에 다시 문을 열고, 10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상처를 싸매고 후유증을 치료해서 겨우 교회가 다시 발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가서 12월 성탄절을 준비하며 감사의 한해를 시작하는 성도들에게 예배를 집례하게 되었습니다. 아내 김선영 사모는 지금 지도를 펼쳐놓고 오가는 길들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아순시온까지 왕복을 비행기로만, 이과수까지 비행기로 나머지는 버스로, 아순시온까지 버스로만 오가는 길 등등을 살피고 있습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로코포스 공항에서 이과수, 그리고 버스로 아순시온까지 오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미가 넓긴 넓은 대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