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내가 미국과 브라질에 있을 때 아내에게 “우리 한국에 가면 전도 많이 할 수 있겠다. 모두 한국 사람이고 한국말로 전도하니 얼마나 쉽겠냐”하였는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예전 같지 않아 전도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 그래도 전도를 하고 싶어서 내 가방에 마스크가 함께 있는 교회 전도지를 넣고 교회를 오갈 때나 자전거로 마켓을 오갈 때 전도하고 있다. 주로 40대 이후 된 사람들은 잘 받는 편이고 20대 이하는 거절당할 때가 많다. 그런데 전도지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잘 받아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주님 저들을 축복해 주세요” 하며 지나간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좌석 버스를 자주 탔었는데 하루는 20대쯤 보이는 젊은 사람이 버스 안에서 열심히 장난감을 선전하였는데 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좌석 버스 통로를 두번 왔다 갔다 하는데도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물건을 가방에 넣고는 옆에 자리가 있는데도 앉지 않고 서서 다음 정류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때 그의 뒷모습을 보며 “너무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 나이에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그리고 드링크 한 병도 운전기사에게 투자했는데 말이다. 나는 젊은이를 불렀다. “여보시오! 청년 그것 하나 주시오!” 나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그 사람을 부르면서 1,000원을 내밀었다. 그는 얼른 물건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하며 “선생님, 감사합니다”하는 것이었다. 그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도 하나, 나도 하나”하여 여러 사람에게 물건을 팔게 되었다. 모두가 사주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여 내리면서 나에게 “선생님 감사합니다, 운전기사님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는 힘있게 내리는 모습을 차창 밖으로 보니 표정이 밝았다. 가방을 꼭 쥐고 다음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젊은이, 힘 있게 살게나” 하며 속으로 기도했다. 집에 들어와 반기는 아이들에게 그 선물을 주었다. 아이들은 “야! 선물이다. 아빠가 선물 사왔다” 하며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또 아내가 같이 반가워하는 그 모습에서 “내가 오늘 아주 좋은 일을 했구나”하는 생각에 그 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비록 1,000원 한 장의 돈이었지만 하나님의 긍휼의 마음으로 그에게 베풀었더니 그 청년에게 다시 용기를 주게 되었고 내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고마운 아빠로 나 자신에게는 큰 기쁨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일에 잘 받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것이다.
어느 국민학교 6학년을 맡은 선생님이 자기 반에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인 아이를 보고 그에게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잘 보살펴 주었다. 1년이 지날 때 아이가 아주 밝아졌고 공부도 잘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 아이들에게 선물을 받던 선생님에게 이 아이가 조그만 선물을 드렸다 선생님이 선물을 열어보니 반 정도 쓰다 남은 향수병이었다. 그때 아이들이 “와”하고 웃을 때 이 아이는 얼굴이 붉어지며 “선생님 이 향수병은 어머니가 네가 이다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거라 하며 주신 선물이에요 선생님께 드리고 싶어요” 할 때 선생님은 그 아이를 꼭 안아 주면서 “감사하다 감사해” 하며 눈물을 흘리자 평소 목욕을 안 해 냄새난다고 피하던 아이들이 모두들 그 친구를 안아 주며 함께 울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이 아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게 되자 선생님에게 “선생님 제가 결혼하게 되었어요. 결혼식 할 때 제 어머님이 되셔서 제 부모님 자리에 앉아주세요. 오늘 제가 이렇게 잘 자란 것은 저를 제 어머니처럼 받아주시고 꿈을 갖게 하신 선생님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편지와 결혼 청첩장과 비행기 표를 보내왔다. 더 놀라운 일은 이 아이의 결혼식 때 선생님이 주신 결혼 선물이 어렸을 때 아이가 선생님께 드린 향수병이었다. 선생님은 이 청년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면서 “내가 이 향수병을 안 쓰고 늘 보면서 이 아이에게 좋은 신부를 보내달라고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를 주셨구나” 하며 전해 주어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주었다. 선생님이 아이를 사랑으로 잘 돌보아 주었고 아이가 잘 받아서 많은 사람을 구하는 의사가 된 것이다.
성경말씀에서 순종이라는 말씀이 많이 나오는데 이 순종은 잘 받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믿음은 잘 받는 믿음인 것이다. 사무엘상 15장 22절에서 하나님 말씀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사울왕에게 “사무엘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하셨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뜻은 말씀을 잘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나는 요사이 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이 나누어주는 광고지를 “감사합니다” 하며 받는다. 왜냐하면 내가 잘 받아주면 나누어 주는 그들에게 큰 기쁨과 위로와 힘이 되고 나도 복을 받기 때문이다. 감사하며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