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엊그제 인터넷으로 확인한 박영준 목사님의 천국행은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었습니다. 지난 번 한국방문 때 배를 한 상자 사들고 방문하고 기도를 받을 때 눈물로 기도해주신 것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이미 다음엔 못 볼 것을 예상하시고 눈물의 기도를 해주신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친한 원로목사님들의 천국행소식
지난 번 한국방문 때 박영준, 신경하, 신종철, 이승철, 최의식, 조돈환 여섯 원로목사 내외분들과는 함께 식사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목회할 때 매주일마다 함께 예배하고 식사하고, 철이 바뀌면 함께 가까운 곳으로 가벼운 여행을 모셨던 원로목사님들이 2년 못 뵙는 사이에 변화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박영준 조돈환 목사님이 최근에 세상을 달리 했습니다. 이승철 목사님도 거동이 많이 불편하고 최의식 목사님도 나들이가 편치 않으셨습니다. 강화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사시던 신경하 목사님도 서울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신종철 목사님 내외분도 무릎 연골 수술을 하시고는 예전 같이 씽씽하지 못하셨습니다. 세월을 거스를 장사는 없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했습니다. 2년 전에는 모두 함께 우리 부부가 한국 방문한 것을 환영하고 식사를 같이 했던 것을 생각하면 원로목사님들의 세월은 더 총알처럼 빠른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가 브라질에 올 때 잘 다녀오라고 맛있는 식사를 손수 만들어 주시던 장모님이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으나 발만 동동 구르던 일이 있기도 했으니까요. 제 양친과 장인어른 등 세 분 부모님이 살아계신데 주님의 특별한 은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멀리서 눈물로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기만 해도 우울해집니다.
이것은 비단 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민자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아픔이고 진한 아쉬움일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저는 직접 뵙기가 힘이 들면 목소리라도 자주 들려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민이나 해외근무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통화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기존의 국제전화라는 호랑이 똥값처럼 비싼 요금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나, 카톡전화 등은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70대 후반이나 80세를 넘긴 분들이 이 환경에 익숙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아버지 어서 인터넷 설치하세요
“070 4641 9379”는 한국에서 브라질에 오면서 부랴부랴 받은 인터넷 전화입니다. 부모님들이 이 전화번호를 사용하도록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브라질에서도 한국으로 일반전화를 할 때는 꼭 필요하지요. 핸드폰에 기반을 둔 카카오 전화는 부모님들이 인터넷 사용을 하지 않아서 그림의 떡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설치를 위해서 한국통신에도 갔었는데 기사가 출장을 와서 확인하고는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우리 부모님 사시는 본가까지는 개인이 연결해야 하는데 전봇대 3개를 세우는 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화로 200여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인터넷을 설치하시라고 말씀드리고 비용을 드리고 왔는데 아직 깜깜무소식입니다. 차라리 통신회사에 가서 직접 계약을 하고, 인터넷 설치를 확인하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목소리라도 듣지 못하면 환갑지난 늙은 아들도 아쉽고 안타깝고 답답하고, 아흔 가까우신 부모님의 모습이 계속 밟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고향산천을 헤매는 그런 꿈을 자주 꾸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