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한인의 미래)식민지시대 가족
2021/06/24 21:5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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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한국과 브라질
 브라질에서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흔히 생각하듯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구성원이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하는 제도인가요. 사회제도의 가장 하부를 구성하며 의미의 그물망을 펼치는 조직인가요. 브라질에 살면서 가족구성이나 특징은 한국과는 유사점이 많습니다. 핵가족화는 이미 진행되었고 가족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는 친구들도 많지요. 그러나 흥미로운 점도 많습니다. 가족의 나이와 인종구성, 구성원의 사회 계급, 경제 수준, 직업과 교육수준도 천차만별이지요. 하나의 가족이 단일성과 유기적인 힘을 가지고 다른 사회 조직과의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가족의 이데올로기와 국가정책에 관련한 가족 형태의 구성은 어떠한가요. 가족 구성원간의 상호작용, 즉 어떻게 다른 구성원에 의존하고 있는지, 어떻게 가족의 누군가의 일에 함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면 브라질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화하기 쉽지 않지만 한국의 가족은 단일성을 띄고 확실한 경계가 있다면 브라질의 경우 혼종성과 느슨한 테두리에서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주인과 노예
 빠라나 연방 대학 Simone Meucci(2020)교수는 질베르뚜 프레이레(Gilberto Freyre)의 브라질 가족의 사회화 과정을 소개합니다. 500년전 브라질에 들어온 포르투갈 정복자들은 공고한 식민지화를 이루었습니다. 수출을 위해 단일화된 농생산물이 가능한 지형적 사회적 단일화입니다. 그 중심에는 아프리카 노예에 바탕을 눈 가족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포르투갈 정복자들이 브라질에 들어오기 전 711년부터 1492년까지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이슬람문화와 가톨릭을 섞은 독특한 이베리아 문화는 영국, 프랑스 다른 유럽의 문화와도 구분되는 것이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섞은 혼종적이고, 유연한 포르투갈인들은 브라질 가족구성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식민지시절 가족은 계급, 인종, 나이에 의해 구별되는 위계적 구조가 발견 됩니다. 자연스럽게 가족 안에서 주인과 노예, 흑인과 백인, 남성과 여성, 노인과 젊은이 같은 사회적 차이성(diferenciação social)이 생겼습니다. 프레이레는 이러한 사회적 차이를 바탕으로 주인과 종의 관계가 식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라고 지적합니다. 방, 부엌, 거실에서 주인과 종은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합니다. 가족이라는 친밀한 울타리 안에서 유럽인들과 후손들은 아프리카 노예와 그 후손들과 함께 대화하고, 먹고, 노래하고, 기도하면서 함께 동화되었습니다. 유럽정복자들이 아프리카노예를 통해 낳은 아이인 물라또(mulatto)는 이 식민가족 제도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가족은 식민지시절 ‘지배하는 자’에 의한 ‘지배당하는 자’들의 문화적 사회적 재인식과 동화는 극단적인 적대감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을 수용 할 수있는 매우 정교한 종류의 장치였습니다.

 

현대 브라질
 노예와 주인의 관계로 구축한 브라질 식민지 가족제도는 단지 혈연 관계의 생물학적인 의미를 넘어 식민지시대에 효과적으로 작동되는 사회 시스템였습니다. 오늘날 브라질에서 가족은 서구의 모델을 따라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부장제가 남아있습니다. 다른 사회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형제적 감정과 친밀감을 선호하지만 가정내에서 발견되는 느슨한 공동체성과 야만적인 폭력행위는 식민시대의 유산이라 불릴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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