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요, 진리이며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죽음과 사투하다 끝내 지고마는 질병과의 전투... 우린 지금 질병과의 싸움에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누구든지 예기치 못한 전염병으로 준비없이 갑작스레 죽길 원하겠는가! 건강하게 살며 늙어가다가 잠깐의 질병 끝에 생을 마감하기를 나만 소망하겠는가! 자신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게, 병과 맞서는 일임을 너무나 실감하게 되는 나날이다.
‘의학은 문학이 들어와 살기 좋은 땅’이라고 했다. 문학과 결부된 병에 관한 얘기들이 시대에 따라 문학에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로 더 유명한 love story 의 주인공 제인의 백혈병은 오히려 주인공의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개념으로 승화하여 아름답게 결말을 내리지만 감상의 끝에는 애절한 주인공의 사랑을 아름답다고 그리워 할 망정 병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나와 상관없는 개인의 사연이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소설 속에 소재로 등장하는 질병을 꼽아보니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한다. 폐병, 뇌막염, 장티푸스, 독감, 말라리아 천연두, 황달, 결핵, 옴......
이 시대에 천연두나 소아마비, 폐병 같은 것은 극히 드문 과거의 병이 되었지만 이름조차 생소한 각종 질병들이 현대에 와서는 홍수를 이룬다. 메르스와 사스 이야기도 심심찮게 소설이나 시에 등장하는데 아마도 앞으로는 코로나 19의 얘기도 역사의 기록처럼 문학 속에 남게 될 것이다.
이승하 시인의 [생명은 때로 아플 때가 있다]에는 인간이 살기 위해 견뎌야 하는 질병과의 사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명사십리 모래알이 많고 많아도 제 몸 태우면서 존재하는 저 별의 수보다 많으랴 백 년 전 혹은 천 년 전에도 저절로 피어난 꽃이 있었겠나 뜻 없이 죽어간 나비가 있었겠나 너도 나도 그래, 살고 싶어서 태어난 것 살아보려고 지금은 앓고 있는 중이지]
미세한 먼지보다 못한 바이러스가 우리들의 몸에 침투해 저 살아보자고 나를 죽인다. 우리 역시 살아 보겠다며 안간힘으로 버틴다. 전 세계를 지금도 강타하고 있는 이 코로나 질병은 내가 살아온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기에 과거에 선진들이 겪어냈던 고통의 무게를 조금도 짐작 못하겠고 들려오는 글로벌 뉴스로 아직도 심각한 상태임을 감지할 뿐이다.
많은 내과 의사들, 아니 그 중에서도 감염내과 의사들이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백신을 개발해 이 균들을 제거하려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를 시인한 어느 의사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하나님은 얼마나 다급하시고 바쁘실까?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질병과 사투하는 많은 병자들의 신음을 들으시며 해결하시기에, 아니,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감싸시고 덮으시며 주께 의지하기를 기다리며 인내하시기에......
2021년 부활의 찬양을 매스컴을 통해 들으며 지난 날의 부활의 감격을 소중히 꺼내어 본다. 지금이 아닌 지난 것에 매달리는 나의 연약함을 스스로 꾸짖으면서... 그래도 오늘, 생명 주심에 감사하며, 부활이시며 생명이신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생각과 건강 주심에 더욱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