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2020년 브라질선교교회 표어 “지금은 깨어 기도할 때”라는 잘 쓴 붓글씨가 책상 앞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예배당 정면에는 큰 글씨로 같은 표어가 붙어 있습니다. 늘 눈에 보여야 마음에 심겨지고 그리고 순간순간 삶 가운데 적용될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저부터도 이 표어가 늘 마음에 부담입니다. 강대 앞 대리석 벽에 붙은 글씨와 식당 벽에 붙어 있던 글씨 그리고 서재의 책상 앞이 늘 목사의 행동반경이어서 마음에 각인되고 행동거지로 무의식적으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목사뿐만 아니라 온 성도들이 “지금은 깨어서 뜨겁게, 간절히, 믿음으로, 소망가운데, 사랑하면서 기도할 때”임을 공감하자는 것입니다. 잘 쓴 붓글씨는 국전작가이며 경기연회 감독을 지낸 홍성국 목사의 작품입니다. 당신 글씨라는 사실을 안 밝히고 낙관도 글씨 쓴 연월일도 안 써 보낸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써준 사람의 성의가 고마워서 교회 옆 액자가게에 표구를 맡겼습니다. 한참 후에 찾으러 갔더니 주문한 틀이 없어서 아직 못 만들었다면서 글씨를 돌려받았습니다. 이 액자를 식당 에어컨 옆에 붙이고 늘 성도들과 함께 다짐하려고 했는데 실망입니다.
‘ㄱ’자와 ‘ㅅ’자 중간의 맞춤 책상과 책 펼침대 난 평소에도 액자에 가지런히 넣어 벽에 걸거나 책상에 올려놓는 걸 좋아합니다. 내 서재 책상 앞에는 특별히 제작한 이층 책 펼침 장치가 있습니다. 거창한 발명품은 아닙니다. 오래전 성서공회 번역실에 넓은 책상과 책상 앞에 15도쯤 뒤로 기울어진 2층 책 펼침대가 있더군요. 책이 앞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뒤로 살짝 기울였고 앞에서 펼친 책을 보기에 어렵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책을 펼쳐서 참고하기에 족하도록 책상 앞면 전체를 이층으로 나눈 것입니다. 우리교회 정석윤 집사에게 자세히 설명했더니 어느 날 그의 공장 목공기계로 뚝딱 만들어서 설치해줘서 요긴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이들이 그걸 보면서 모두가 갖고 싶어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상이 앞에서 보면 “시옷받침과 기역받침 중간 쯤 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앞의 이층 책 펼침 모양도 그런 모습이어서 책상 앞에 앉아 참고자료를 앞에 척척 올려놓고 책상 중간에 컴퓨터를 놓고 옆에도 여러 자료를 펼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책상 위에는 국어사전, 성경, 예배와 강단, 예배와 설교 핸드북, 성구사전, 한포사전, 교회주소록, 예식서, 교리와 장정, 교회헌법, 여러 종류의 성경 사본들이 지근거리에 꽂혀있습니다. 연필, 자, 인주, 도장주머니, 만년필용 병잉크, 비타민과 플로포리스 병, 곽휴지, 조그마한 사진액자, 내 수준에는 사치스러워 죄송한 홍삼정, 책표지에 썼던 뚜칸 인형, 전자모기채, 어둠을 밝히는 손전등 스카이 파이어, 커피향이 나는 향수병, 물고기 모양의 낙관, 교회 직인과 이런저런 도장들이 담긴 인장주머니, 목사 방의 문방사우(文房四友)인 먹, 벼루, 붓, 종이(노트북, 프린터, A4용지, 만년필), 성직 와이셔츠 앞에 끼는 스톨 가죽주머니, 서랍 속에는 아내 눈을 피해 피난 온 한국과자와 초콜릿,,,,,
정석윤 집사의 맞춤 책상과 홍성국 감독의 표어 글씨 그래서 이 책상 제작자인 정집사에게 맞춤주문 영업을 해보라고 그러면 혹시, 전국의 목회자들이 입소문을 듣고,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결국 주문을 해서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잖겠느냐고 말씀드리기까지 했습니다. 나 같으면 빚을 내서라도 주문하겠다는 말을 덧붙여서 말입니다. 이런 눈 익은 편안한 책상 앞에 홍성국 감독의 글씨를 임시로 턱 펼쳐 놓았습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 환난이나 지나야 표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임시로 자리를 정해준 것입니다. 사실 이 책상에 앉아 있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집니다. 조금 깊이 빠지면 배고픈 것도 잊습니다. 몇 번 밥 먹으라고 성화를 해야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 식탁으로 소환되어 가곤합니다.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고 종용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서재와 더 친하게 해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을 더 실감하며 한주를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