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새로운 시대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해서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북유럽, 미국을 거쳐 남미, 아프리카대륙, 그리고 인도까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세계가 자가 격리 중인 지금, 수많은 뉴스와 정보 속에서 인류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간사회의 전 영역에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구분될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개인과 집단의 접촉을 통한 의사소통으로 형성된 사회공간이 급격하게 사이버공간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 친구, 직장에서의 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신뢰의 표현, 윤리의식, 기관과 조직, 종교기관에서의 집단적 행동양식이 재형성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브라질에 퍼지자 맥도날드가 자사의 로고인 엠(M)의 사이를 떨어뜨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 전염병을 이용한 상업주의라고 비판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의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감염통제조치의 한 종류입니다. 감염병 확산을 늦추거나 멈추기 위한 방법으로서 감염을 가진 개인과 감염이 없는 개인 사이의 직간접적 접촉의 가능성을 줄여 병의 확산을 최소화하고 결국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특히 병이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작은 물방울(비말)을 통해 전파될 수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마스크 착용, 1미터 이상 거리두기, 집에서 격리, 학교, 상점, 공원, 공공기관 폐쇄, 심각할 경우 도시의 봉쇄와 같은 방법이 사용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관계가 느슨해지거나 단절됨에 따라 외로움, 생산성 저하, 인간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관계의 손실이 지적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호흡기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국과 브라질
코로나 사태에서 세계보건기구와 다수의 나라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문화권마다 다릅니다. 한국과 같은 경우, 작은 국가 크기, 최고수준의 정보통신 기술, 정부의 선제적 조치와 투명한 정보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염병 통제의 성공적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의식에 기반한 시민들의 연대와 협동정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이 질병에 대한 인식과 수용이 사회계층마다 상이합니다. 주위를 보면 누구에게는 심각한 문제인 반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지도자들이 사회문제를 개인, 사회, 국가, 그리고 전세계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정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신체접촉의 인사방식, 군중 속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흡수하는 기질, 몇 시간이고 마주앉아 대화를 좋아하는 브라질인들에게 사회적인 거리두기만큼 힘든 일 도 없습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차가 있고, 주위 환경이 안전하고 깨끗한 큰 집에 살고, 무엇보다 예금이 있어서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환경이 좋지 않은 대도시 밀집한 장소의 작은 집에서 살며 차가 없습니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 저녁을 먹기 위해 점심을 팔아야 합니다. 이들에게 사회적 접촉은 생존을 위해 필수 조건입니다. 결국,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공공정책은 여론형성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대중의 인식, 문화적 차이,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상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을 한국과 브라질의 사례를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