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국제이주와 역이민 국제이주에서 역이민은 뜨거운 이슈입니다. 정보와 자본이동의 초연결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이주자들의 국제이동은 단지 경제적 관점의 노동력 이동이 아니라, 이민 정착과 사회화 과정에서 경험한 유무형의 자본이 국가와 사회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국제이주가 20세기 중반 냉전-탈냉전시대의 일방향의 개념에서 20세기 후반 글로벌한 환경으로 변함에 따라, 역이민은 이주자들의 이민경험에서 체득한 사회-경제적 요소를 포괄적으로 드러냅니다. 역이민자들의 이동수단, 방법, 목적지 선택성이 개인, 집단의 성격에 따라 상이하고, 이민 경험을 통해 획득한 두 개 이상의 문화의 만남과 접합, 정체성의 재협상과 재수용을 수반하는 초국가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국제이주에서 역이민은 1)역이민동기(return motive), 2)역이민실천(return realization), 3)역이민후 경험(post-return experience)으로 나누어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역이민동기는 ‘왜 다시 고향이나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요인을 찾습니다. 역이민실천은 ‘어떻게 역이민을 결정했는지,’ ‘과정과 경로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룹니다. 역이민후 경험은 모국에서의 재수용과 정체성의 재구성, 역이민자들이 그 사회에서 끼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역이민 연구가 세분화되고 이론적 분석적 틀이 발전되고 있지만 경계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역이민동기는 역이민실천이나 역이민후 경험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역이민실천은 역이민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면서도 역이민후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역이민후 경험은 역이민동기와 역이민실천의 과정과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국가’정체성 그렇다면 한인들은 왜 떠날까요? 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요? 브라질 한인을 한국으로 떠날 마음을 가지게 하는 사회적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한인들의 정착에서 이주목적과 환경은 어떠했는지, 한인들은 어떻게 사회통합을 시작했는지, 재이주와 역이민과 같은 국제이동현상이 한국과 브라질의 사회변화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인들은 1963년 계획이민으로 브라질에 도착한 후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를 거치며 노동집약적이고 가족중심인 의류제품업으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어 정착기에 들어갔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의 등장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브라질의 소비성향이 바뀌고 볼리비아, 중국의 상인들이 한인의 상권을 위협하며 무한 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브라질의 유래 없는 경제 불황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브라질 한인들이 많아지고 상파울로 영사관에 영주권을 반납한 브라질 한인들이 만 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이제 브라질 한인은 ‘돈이 많아서 떠날 수 있는 사람’과 ‘돈이 없어서 못 떠나는’ 두 부류만 존재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브라질 한인의 역이민을 추동하는 요소는 ‘두 국가’ 정체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한인들이 브라질을 선택한 이유가 경제적 동기로 이 땅에서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을 기반으로 꼭 살아 남아야 하겠다는 정주의지가 있었다면, 지금 한인들은 브라질에 애착과 한국에 대한 애착이 교차하고 있는 삶의 기반 위에서 확장된 국제이동의 가능성을 염두 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역이민을 실천한 한인들을 보면 역이민 동기가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인 것 같지만, 한국사회와 지속적인 연결점을 유지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역이민과정과 실천에서 한국과 브라질 사이에 확보된 자원을 활용하고 역이민후 경험에서도 한인들은 지속적으로 브라질사회와 연결을 시도하여 한국에서 재적응과 사회화과정을 거칩니다. 한인사회가 2세, 3세, 4세를 목격하고 있는 지금 이 ‘두 국가’의 정체성에 기반한 브라질 한인의 국제이동성은 더 가속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