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 산책) 안톤 체호프의 “거울”
2020/03/05 06: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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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어느 추운 늦은 밤에 장군의 딸인 넬리는 자신이 사는  마을의원을 찾아 문을 두드립니다. 마을의원 원장인 루키치(Stepan Lukitch) 박사의 대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이미 밤은 늦었고, 문이 열리지 않지만 넬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참 후 요리사가 고개를 내밀고 루키치 박사는 주무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전염병 환자들을 진찰하고 돌아와 쓰러져 있으니 깨울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너무 지친 박사님이 ‘좀 쉬어야 하니 깨우지 말라’고 특별히 분부하셨다며 깨우기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넬리는 요리사 말을 듣지 않습니다. 넬리는 요리사를 한 손으로 밀치고 미친 여자처럼 의사 선생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깜깜한 방들을 지나며 몇 개의 의자까지 쓰러뜨리고 나서야 의사의 침실 앞에 섭니다. 의사 스테판 루키치는 자신의 침대에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넬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웁니다. 

 온 몸을 떨며 서럽게 울던 그녀는 “남편이 아파요!”라고 말하고 또 웁니다. 그녀의 소란에 깨어난 의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멀뚱거리고 있습니다. “선생님! 빨리 가요. 제발요!”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티푸스로 위독하니 빨리 왕진을 가자’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의사는 ‘내일 가지요!’합니다. 넬리는 기겁을 하고 다시 외칩니다. ‘아뇨! 선생님 지금 빨리 가야 해요!’ 그녀의 하소연에 의사가 말합니다. ‘저 지금 돌아 왔어요, 지난 사흘 동안 티푸스 환자들을 진료하다 이제 막 돌아 왔어요!’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집에 돌아와 이제 겨우 쉬고 있다고 사정을 설명합니다. ‘사실 지쳤을 뿐만 아니라 저도 전염되어 환자가 되었습니다. 저도 힘들어 죽겠습니다.’라며 제발 좀 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넬리는 계속해서 애걸복걸합니다. 그녀가 애걸복걸하자 의사가 또 애원합니다. 의사는 체온계를 보여주며 ‘내가 40도나 되는 환자인데 어떻게 다른 환자 왕진을 가겠냐?’며 돌아눕습니다. 의사는 앉아 있을 힘도 없다고 그래도 넬리는 막무가내입니다. ‘선생님! 이렇게 빌겠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피곤하시고 힘든 것, 알겠어요. 어떻게든 힘을 내서 저와 같이 가주세요! 은혜는 잊지 않고 갚을게요! 선생님!’ 넬리는 막무가내입니다. 의사는 신음하듯 말합니다. ‘맙소사! 제가 이미 말했잖아요? 전 너무 힘들단 말입니다.’ 의사는 금방 울음이 터질 듯합니다. 마음대로 설득이 되지 않자 넬리는 벌떡 일어나서 신경질적으로 침실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확고했습니다. 어떻게든 의사 선생을 데려가 남편을 살려야 했습니다. 

 힘든 의사는 ‘오늘은 절대 가지 말자’라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갈만한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고집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서 ‘젬보스트 의사에게 가봐요!’라고 제안합니다. 젬보스트 의사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그 지방 군청 보건소를 말하고 그곳에는 공중보건의가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그 젬보스트는 너무 멀어 그 밤중에 가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넬리는 다른 의사를 추천하는 의사에게 더 간절하게 하소연합니다. ‘선생님! 그건 무리입니다. 선생님을 찾아 우리 집에서 40킬로나 왔는데 여기서 또 20킬로미터나 가면 너무 늦습니다. 말도 힘이 듭니다. 선생님이 제발 가 주세요. 사람을 살려 주세요. 저랑 같이 가셔서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돌아누워 여자의 하소연을 듣던 의사는 혼잣말을 합니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이렇게 열이 펄펄 나고 머리가 빙빙 도는데 이 여자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군. 말이 안 통하네!’ 그러더니 돌아누워 넬리를 보며 단호하게 말합니다. ‘난 도무지 일어 날 수가 없소! 날 내버려 두세요!’

 그래도 넬리는 말합니다. ‘아뇨 선생님! 가셔야 합니다. 안 가곤 못 배길 거예요. 이것은 이기주의예요. 사람은 이웃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야 돼요. 하소연을 끝없이 하던 넬리는 자신의 하소연이 통하지 않자 의사의 윤리와 양심에 호소하다가 의사를 협박합니다. 그녀는 의사를 향하여 ‘직무태만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넬리 스스로도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의사를 모욕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죽어가는 남편을 구하기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일어나 찬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으로 그녀의 협박에 반응합니다. 의사는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그녀의 고집에 항복한 것입니다. 의사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일어나 채비를 합니다. 숨을 헐떡이고 끙끙 거리는데, 그녀는 의사에게 옷을 입히고, 구두를 신기고 털모자를 씌웁니다.

 마침내 의사가 마차에 탔습니다. 넬리가 마차를 몰고 갑니다. 이제 40킬로만 가면 그녀의 남편은 치료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들뜬 마음으로 마차를 몰고 갑니다. 넬리에게는 의사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겨울밤을 달려 새벽 다섯시 경에 넬리 집에 도착합니다.

 마침내 환자가 있는 넬리 집에 도착한 것입니다. 넬리는 의사 선생에게 식당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 부탁하고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안방에 들어가서 남편을 보고 돌아온 넬리는 의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추운 겨울에 마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려온 의사는 잠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 길로 의사가 죽었습니다. 물론 넬리의 남편도 죽습니다.

 의사로 소설을 쓴 안톤 체호프는 의사와 전염병에 관한 단편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스스로 의사는 자신의 공식 아내요 문학은 자신의 애인이라 했던 체호프는 자신의 문학 속에서 의사들의 가난과 불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의사가 바라본 전염병을 무섭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거울입니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막무가내로 의사를 깨우는 넬리에게서 우리 얼굴이 보입니다. 힘겨운 의사에게서 코로나로 지친 의료진의 얼굴이 보입니다. 의료진은 환자를 배려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의료진을 배려하는 코로나 19 극복의 현장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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