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한인의 미래)K-pop 스타의 죽음
2019/12/12 22:1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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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1. K-pop 열풍
 K-pop은 이제 브라질에서 한국문화의 자랑으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돌 그룹들의 공연과 행사가 이어집니다.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문화 현상이 남미의 중심 브라질, 그 중에서도 상파울루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겠지요. 문화적 재화의 생산자, 소비자, 중개자 모두 호황을 맞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길화 (2013) 「르포와 진단-중남미 K-POP 신드롬의 현상과 실체」에서 일본 교민사회가 닦아 놓은 긍정적 아시아 문화의 기반, SNS를 중심으로 한 자생적 팬층의 생성과 증가, 그리고 자체 콘텐츠의 우수한 경쟁력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습니다. 중남미에서 한국문화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K-pop의 열풍에 브라질 사회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2. 브라질의 불편한 시선
 K-pop에 엄지를 치켜 올리던 브라질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스타들의 연 이은 자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에프엑스의 설리, 카라의 구하라, 배우 차인하는 삶의 끝자락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타살과 다르게 자살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다수의 사회학자들은 현대사회에서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할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본주의와 정보의 홍수가 야기한 물질만능주의, 탈인간화, 군중속의 외로움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병마와 싸우며 생명을 지키려 하루하루 분투하시는 분들에게 자살은 사치이자 정신적 나약함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율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례적으로 브라질 언론도 K-pop 스타들의 자살 소식을 관심있게 전하며 한국사회 현실을 꼬집습니다. Nexo Jornal “A morte de ídolos do K-pop. E a saúde mental dos artistas”에서 아티스트가 데뷔하기까지 틀에 맞춘 혹독한 연습기간, 외모지상주의, 살인적인 스케쥴, 소속사와의 노예계약, 사생활 침해, 그룹 탈퇴 이후 사회부적응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OCDE국가 중 젊은 층의 자살율이 가장 높고 95%이상의 국민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Veja “Uma tragédia da juventude”도 성공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분석합니다. 이렇듯 브라질 언론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문제점과 사회적 병리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3. K-pop에 기댄 한인사회
 K-pop은 한국의 경쟁주의, 외모지상주의에서 고도의 기술과 시스템이 만나 생긴 ‘상품’입니다. 급할 것 없는 여유로운 삶, 목적성보다는 관계성이 중요한 브라질 사회에서 분명 매력적이지요. 따라서 한인사회는 K-pop을 통해 현지사회와의 접촉점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민자 집단으로서 현지사회와 ‘잘 어울리려는’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K-pop의 겉모습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에 덩달아 춤추는 한인사회를 향한 자성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의 ‘좋은 것’에 기대서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찾고 사회통합을 시도하는 것은 그만큼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인사회가 쌓아 놓은 사회-문화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지요. 따라서 한인사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한국화된 브라질(Koreanized Brazil), 브라질화된 한국(Brazilianized Korea)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한인들이 바라보는 브라질, 브라질이 바라보는 한인들은 어떤 관점을 형성했는지, 한인들이 이 땅에서 만들어 낸 문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결국 한인사회가 한국의 좋은 것을 브라질에 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통해 두 나라가 만난 접촉점을 찾아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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