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두 개의 나라 한 주권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은 국가와 사회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차를 타고 일터에 가고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티비를 보며 인터넷을 하다가 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개인의 일상의 영역이지만, 한 국가의 제도와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떠나 온 모국과, 현재 살고 있는 이주국 ‘두 개의 나라’의 사회와 문화 제도의 영향을 동시에 받습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사회통합성’과 ‘초국가성’이라고 부르지요. 이 사회통합성과 초국가성은 운송기술의 혁신적인 발전, 정보통신,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급속한 변화로 이민자 개인이나 커뮤니티를 둘러싼 인적 사회적 자본이 국가와 사회를 넘나드는 횟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순위‘두 개의 나라’에 사는 이민자들에게 국가간 경제력을 비교하는 지표들은 주목할 만합니다. 많은 통계들 중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순위’가 권위를 인정 받습니다. 서울대학교 고길곤, 박세나의 “국가경쟁력지수에 대한 비판적 검토” (2012)에서 국가경쟁력의 개념을 “국가가 기업의 더 많은 가치창출과 국민의 더 많은 번영을 유지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창출하는 능력”(IMD), 혹은 “국가의 생산력의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요인들의 집합”(WEF)이라고 정의합니다. 특히 세계경제포럼의 통계는 경제환경, 인적자본, 시장, 혁신생태계의 4대 분야, 12개 부문, 103개 세부항목을 통해 각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줍니다. 올해 8월 발표된 순위에서 한국은 13위, 브라질은 7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거시경제 안정성 1위, 정보통신기술 보급에서 1위, 인프라 6위, 혁신역량 6위, 보건, 의료환경 8위로 최상위권에 위치했습니다. 정보통신기술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지요. 반면 브라질은 시장의 규모가 10위로 가장 높았지만, 생산물 시장 124위, 거시경제안정성 115위, 노동시장 105위로 조사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브라질 경제규모를 봤을 때 꽤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교육, 보건, 기술, 인프라의 부족이 눈에 띕니다. 브라질 경제부 Produtividade, Emprego e Competitividade의 카를로스 다 코스타는 순위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2022년까지 50위 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칠레(31위), 멕시코(48위), 우루과이(54위), 콜롬비아(57위), 코스타리카(62위), 페루(65위), 파나마(66위) 보다 뒤에 있는 불편한 현실은 언론의 심도 있는 분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인의 과제 브라질 한인의 국가경쟁력은 몇 위 일까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한국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13위인가요, 아니면 (인정하기는 싫지만) 브라질에 살고 있기 때문에 71위인가요. 마음으로는 13위인데, 현실은 71위라서 삶이 더 퍽퍽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글로벌한 환경에서 이민자들은 이주국과 모국의 영향을 동시에 주고 받으며 삽니다. ‘두 나라’의 관계성은 복합적이고, 중층적이고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인들에게 브라질은 현실이고 한국은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브라질 한인은 이미 전세계 유래없는 의류제품업의 성공신화를 이룬 경험이 있습니다. 변화하는 브라질 국가경쟁력의 현실을 바로 보고 어떻게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접목시킬것인가라는 고민을 다시 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세계최고로 잘하는 것을 심고 직접 행동의 주체가 되어서 키우는 것이 한인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