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자
이만큼 살고 보니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이 있고, 침묵 가운데서도 들려오는 것이 있어 묵언의 깊은 대화의 장을 열기도 한다. 이따금 마주하는 눈빛에서 영혼의 그윽함이 느껴지고 생명의 물결이 여울지는 것을 보면 잠든 세포들이 깨어날 듯 싱그럽다. 그리스도의 향기일 것이다!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오롯한 발자취가 산 복음으로 다가온다. “오직 그리스도만 남도록 까지” 부서지고 낮아지며 치열한 고독에 자맥질하였을 것이다.
반백을 훌쩍 넘어온 은빛 머리카락은 남몰래 삼켰을 눈물만큼이나 정갈하고 포삭하다. 남다른 신앙의 경륜으로 다듬어진 아득한 심령엔 호젓한 생명 샘의 해맑음이 조신하게 일렁인다. “낙심도 유익한 것은 그럴수록 더욱더 주님께 매달리며 기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도는 하면 할수록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라며 웃는 그의 모습은“검은 강” 갯바위처럼 요동함이 없다. 그도 이 시대의 어릿광대인가 보다.
그러지 않고 서야 어찌 황망한 사별을 하고 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저리도 초연하게 주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홀로서기를 하는 버거운 시간에 자신도 암 수술을 하여야 했다. 그때도 ”풍랑 가운데서 배는 더 빨리 항구에 당도할 것이다”라며, 바삭한 미소로 주변 사람들을 오히려 위로했다. 고통이 더하면 더 할수록 감사하고, 부서지면 부서질수록 하나님을 송축하고 찬양하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한다.
참으로 존귀하고 복된 영혼이다! 자기 십자가를 영화롭게 지고 가는 김철기 선교사! 그가 아내 허운석 선교사를 아마존에 묻고, 억장 무너진 가슴으로 쓴 “가슴 찢는 회개”라는 참회록을 출간하였다. 일생을 주께 드리고 살아온 자의 뼈저린 뉘우침이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선지자들의 탄식처럼 부끄러운 심사를 파고든다. 행간행간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절절한 자복과 애통함은 오늘의 신앙인들을 향한 절규요 도전이다.
아마존이라는 척박한 땅으로 들어가 27년간 소명을 불태웠다. “언더우드 상”을 수상할 만큼 열심을 다한 필자는, “자신은 희대의 사기꾼이고 위선자 중의 위선자였으며 삯꾼 목자였다!”라고 통탄하며 마음을 찢는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가짜라는 것을 들통 내십시오!”라며, 그의 아내 허 선교사가 생전에 또 유고집에서 간절히 외치던 것처럼, 아주“들통”을 냈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하나님과 세상 앞에 자신을 발기발기 벗어 던진다.
하나님께서 고난을 통하여 한가지 길을 알려주셨는데 그것은 “바로 네가 바리새인이며 세상 그 누구보다도 회개가 절실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종양은 수술로 제거하면 되지만 위선은 어떻게 제거하겠느냐? 영혼의 의사인 하나님 앞에 회개로 무릎 꿇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하며 영혼이 살 수 있는 한 가지 길 앞에서 마음을 찢는 그의 “참회록”은 신앙의 방향을 제시한다. 책갈피마다 내 허물이 얼룩지던 독자 후기 일부를 덧붙인다.
“남은 자의 몫” 살다가 너무 가슴이 아파 울지도 못하는 날이 있다. 사랑하는 자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마주할 때가 그런 날이 아닌가 싶다. 반쪽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도 죽음을 경험을 하는 일이다.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함과 치열함은 가슴에 비수를 꽂는 아픔을 맛보게 한다. 그 기가 막히는 슬픔은 “남은 자의 몫”이다. 잔인한 모래바람이 부는 자리를 돌아볼 때마다 휘청거리겠지만 그 고난의 깊음을 지나야만 이를 수 있는 곳이 있음을 본다.
인생은 황망한 벼랑 끝에서 한 줄기 깊은 강을 만나고, “참”을 바라보는 영의 눈이 밝혀지는가 보다. <가슴을 찢는 회개>로, 비수 꽂힌 가슴에 아물지 않은 상처로 피를 흘리며, 아픔을 토로하는 한 영혼의 절규를 듣고 보았다. 그 깊은 어두움과 절망이 죽음이 아니라 부활의 영광으로 이르는 여울목에서 외치는 승리의 노래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저자는 오직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한 자가 되어, 믿음의 선진 들처럼 큰 울림의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혹한 운명의 날들이 시은 좌로 나아가는 고난의 징검다리가 되어,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하나님을 바라보며, 슬픔도 고통도 은총이었음을 고백하며 거룩한 주님의 등불을 밝힌다.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잃은 자리로, 당신으로 보상하시는 주님과 온전한 연합을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꾸밈이 없고 간결한 글 속에는 그리스도의 신부로 가꾸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과 주만 바라는 예배자로 영원을 살아 내는 삶의 실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알의 밀알로 죽기를 원하며 남은 길을 담담히 걷고 있는 그에게서“울며 춤추며” 천성으로 향하는“광대”가 보인다. “하나님의 입가에 잠깐이나마 미소가 떠오르도록 어릿광대가 되어 울며 춤추며 하나님이 계신 곳까지 가고 싶다”라고 하던 성 프란시스코 말이다. “끝이 없는 바닥에서 피어나는 고통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기운으로 작동한다”는 그는, 오늘도 광대하고 장엄한 창조주의 세계, 별이 쏟아지는 밀림에서 사랑하는 주님을 향하여 홀로 울며 춤을 출 것이다. 네, 나도 들통 내고 “어릿광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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